札幌に行きましょうかー

몽치(@mongchi_cmcm)님 타로 커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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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에 갈까요?

겨울 여행을 제안한 사람은 유우에요. 얼마 전 상점가에서 재미 삼아 신청했던 여행권 응모에 당첨이 된 모양입니다. 결과를 확인하고 신났던 유우는 이 소식을 바로 그림에게 알렸고, 아니나 다를까 그림은 여행이라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제자리에서 펄쩍 뛰며 기뻐했어요. 눈이 아주 많이 오는 곳으로 여행을 갈 것이라는 유우의 말에 그림은 따뜻한 코코아 위에 마시멜로를 얹어 먹을 생각뿐입니다. 그런 그림을 보며, 유우는 여행 계획을 세우기 시작해요. 마침 단조로운 일상에 싫증이 나던 참입니다. 이번을 기회로 휴가를 즐기며, 심신을 재충전하길 기대하고 있어요. 물론 그림과도 즐거운 추억을 쌓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꼭 일주일 후, 휘석국 북쪽의 한 마을에 도착해요. 평소에 설경으로 유명한 곳인지라, 유우와 그림이 학교를 졸업하면 언젠간 가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 곳입니다. 그림은 자신의 무릎만큼 쌓인 눈을 보곤 신이 났어요. 학교에 다녔을 적에는 눈이 아무리 많이 쌓여 봤자 발목께까지 오곤 했으니까요. 길에 쌓여 있는 눈을 맨손으로 만지다 손이 시렵다며 꼬리를 바짝 세우는 그림 덕에, 유우는 배가 아플 때 까지 웃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 그림과 유우는 코가 빨개질 때 까지 눈장난을 하며 놀다가, 겨우 캐리어를 끌고 숙소에 당도합니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체크인도 못 하고 노숙을 할 뻔 했어요. 두 사람이 함께하면 늘 이런 식입니다. 그림도 유우도 이제 어엿한 사회의 한 일원이 되었지만, 어쩐 이유에서인지 둘이 함께 있으면 어렸을 적 그 철없던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아요. 유우는 그게 전부 그림 때문이라고 하고, 그림은 유우 탓이라고 책임을 떠넘기기 바쁩니다. 하지만 그 덕에 두 사람은 지금까지 웃음을 잃지 않을 수 있었어 요. 그 사실은 다른 누구도 아닌, 둘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두 사람은 밤 늦게까지 난로 앞에 앉아, 그림이 그렇게 원하던 마시멜로를 두 개나 넣은 코코아를 마셔요. 낮에 눈장난을 한 탓에 아직도 축축한 장갑이며 모자를 건조대에 널어 두고, 혹여 감기라도 들까 이불을 세 개나 뒤집 어썼습니다. 가져온 보드 게임을 하고, 겨울을 맞아 새로 나온 영화를 보고, 그러다 그림이 먼저 까무룩 잠에 들면 유우는 그런 그림의 움찔대는 코를 가만 보다가 스르르 잠에 들어요. 이렇게 걱정 없이 웃고 떠들며 풀에 지쳐 잠에 드는 날이 얼마만인지, 유우는 역시 그림과 함께 여행을 오길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유우의 그런 만족감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다음 날, 그림이 유우를 마구 흔들어 깨웠기 때문이에요. 무슨 일이냐며 묻는 유우에게, 그림은 눈이 창문까지 쌓였다고 들뜬 목소리로 외칩니다. 유우는 그 말에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고, 그림의 말이 전혀 과장이 아님을 깨달았어요. 일 층 창문 반절까지 쌓인 눈 때문에 문이며 창문 모두 열리지도 않고, 심지어 뒷문은 문고리가 얼어 돌아가지도 않습니다. 그림은 손잡이를 녹여보겠다며 호기롭게 불을 내뿜었지만, 되레 문고리를 새카맣게 태우고 말았어요. 그럼 그렇지, 유우는 배상할 문고리 값을 어림잡으며, 전파가 터지지 않는 스마트폰 화면을 툭툭 두들깁니다. 이거야 원, 완전히 조난당한 것과 다름없어요. 식량은 어제 사 온 것이 전부에, 끊긴 전파는 언제 돌아올지 모릅니다. 유우는 한숨이 절로 나오는 데 비해, 그림은 그런 유우에게 내일이면 구조 대가 올 것이라며 의기양양합니다. 그런 그림의 천진함에 유우는 그만 픽 웃어 버려요. 수도관조차 눈에 파묻혀 난방은 끊긴 지 오래, 몸을 파르르 떠는 유우를 꼬옥 안아 주며 그림은 유우를 달랩니다.

그림도 무섭긴 매한가지에요. 지금은 구조대를 부를 수도 없다는 것과, 어제 늦게까지 간식을 먹은 탓에 남아 있는 음식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쯤은 이제 스스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림은 자신이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면 유우는 배로 불안해한다는 것을 알아요. 때문에 유우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최대한 자신이 태연한 척 굴어야 합니다. 학교를 다닐 적, 유우는 유독 걱정이 많았습니다. 유우는 내색하지 않는 것 같았지만 늘 무언가를 대비하고 있었고, 그림은 그 경계 태세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봐왔어요. 만약 그림과 유우가 졸업 이후에 함께 살지 않았더라면, 그림은 유우가 세상을 경계하는, 조금 어른스러운 아이로밖에 기억하지 못 했을 것입니 다. 하지만 그림은 졸업 이후 유우와 가정을 꾸리며, 유우가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웃고 우는 모습을 목격합니다. 때문에 그림은 유우가 과거로 돌아가지 않기만을 바라요. 그림은 유우가 그 무엇에도 두려워하지 않고, 맑게 웃어 주었으면 하거든요.

두 사람은 내일까지 기다려보기로 결정합니다. 그림과 유우만 이런 상황에 처한 게 아닐테니, 분명 마을의 누군가가 구조대를 불렀을 거예요. 하염없이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려야만 하는 시간, 그림과 유우는 체온 유지를 위해 꼭 달라붙습니다. 어제처럼 벽난로를 피워 두고, 이불을 세 겹씩 걸친 채로요. 어제는 그렇게 가볍게만 느껴졌던 이불들이, 지금은 어깨를 짓누를 정도로 무겁게 느껴집니다. 그런 유우의 기분을 눈치 챘는지, 그림은 유우의 목을 살짝 깨물어요. 유우는 꺄악 소리 지르며 무슨 짓이냐고 투덜댑니 다. 그림은 그런 유우에게 히 웃어 보이며, 유우가 어두운 표정을 하는 건 보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해요. 그림은 이제 유우가 어느 날 바람같이 사라질까 걱정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굳은 신뢰와 유대가 둘의 사이에 자리 잡은 덕이겠죠. 하지만 불안에 둘러싸여 있던 과거의 모습이 언뜻 보일 때 마다, 그림은 아직 자신이 유우를 온전히 행복하게 해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귀가 추욱 내려가고 말아요. 그림은 유우가 좋습니다. 그러니 늘 웃게 해주고 싶어요. 때문에 먹을 것이 떨어지고 웃풍이 숭숭 불어오는 오늘 같은 날에도, 유우를 위해서라면 귀를 쫑긋대며 유우의 이마에 키스를 바칠 수 있는 겁니다. 유우는 그런 그림의 이야기를 듣곤 푸핫 웃으며, 그림이 문고리만 태워먹지 않았어도 걱정이 없었을 것이라고 장난스레 넘겨요. 하지만 동시에, 그림이 이렇게 깊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며 내심 고마워합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고립되었음에도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별 일 없이 하루를 보낼 수 있었어요.

그리고 다음 날, 그림의 말대로 구조대가 도착해 두 사람은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원래도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지만, 어젯밤엔 기록적인 눈이 내려 마을 전체가 하루 종일 옴짝달싹 못 했다고 해요. 그래도 눈이 일찍 그쳐서 다행이지, 만약 한 시간이라도 더 왔더라면 그림과 유우는 이틀 동안 고립되어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결국 두 사람은 조금 이르게 겨울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어요.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어 간 겨울 여행이었는데, 여러 의미로 잊을 수 없는 여행이 되다는 그림의 능청스런 농담에 유우는 그제야 안도의 미소를 지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에는 이 곳보다 눈이 덜 오는 곳으로 겨울 여행을 가자는 이야기를 나누며, 두 사람은 돌아오는 길 내내 손을 맞잡았어요. 하마터면 뉴스 특보의 주인공으로 출연할 뻔 했던 겨울 여행이었지만, 유우와 그림은 아주 만족했습니다. 무엇보다 그림의 그런 속 깊은 마음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이 유우에게 있어서 큰 수확이었던 것 같아요. 그림은 늘 유우 에게 어른스럽게 보이고자 하는 마음에, 자신의 기분이나 속마음을 잘 이야기해주지 않을 때가 많거든요. 먹을 것만 보면 눈을 빛내고, 감정이 표정에 즉각적으로 잘 드러나던 옛날 모습을 생각하면 대단한 장족의 발전입니다. 이게 바로 아이를 다 키운 기분인 걸까. 유우는 그림이 그럴 때마다 헛헛한 마음을 느끼곤 했는데, 이번 겨울 여행을 계기로 더 이상은 그럴 필요가 없어졌어요. 만약 이후에도 그림이 제대로 속마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어디 욕실에 가둬서라도 이야기하게 만들어야 하나...라며 제법 무서운 생각을 하게 된 유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