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첫 데이트 대작전!

몽치(@mongchi_cmcm)님 타로 커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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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유우의 첫 데이트

 
첫 데이트를 제안한 사람은 그림입니다. 어디에서 또 무슨 이야기를 듣고 온 건지, 냅다 이번 주 주말 일정을 비워 두라고 통보했어요. 마법약학 필기 과제를 하던 유우는, 응? 하며 반문했지만, 정확한 내용은 알려주지도 않은 채로 뿌듯한 웃음을 짓는 그림입니다. 저 미소만 지었다 하면 사고가 터지곤 했었는데……. 유우는 어쩐지 불안한 마음을 달래며, 주말을 손꼽아 기다려요.
 
유우는 그림이 데이트를 제안했다는 것을 당일까지 몰랐다고 해요. 단순히 일정을 비워 두라는 것을 보니, 시내에 준비물을 사러 가자는 뜻인 줄 알았다고 합니다. 그림에게 정확한 일정을 물어 보려고 해도, 혼자 들떠서는 절대 비밀이라며 키득키득 웃기만 해요. 그 넘실거리는 귀를 냅다 잡아당겨 버릴까 보다. 유우는 참을 인 세 번이면 그림도 얌전해진다며 한숨을 푹 내쉬었습니다. 뭐, 그림이 자신을 위해 준비한 것이라니, 유우 또한 설레는 건 마찬가지라고 하네요.
 
데이트 당일, 두 사람은 교문 앞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현자의 섬 시내로 내려가는 셔틀 버스를 기다리던 그림은, 저 멀리에서 타박타박 걸어오는 유우를 발견하고는 귀를 쫑긋 세워요. 마법 약학 과제를 내느라 조금 늦을 수 있을 것 같다더니, 제 시각에 맞추어 도착한 유우입니다. 뺨에 머리카락이 어지러이 붙어 있는 것을 보면, 분명 다급히 달려왔을 게 분명해요. 그림은 유우가 자신만큼 오늘의 데이트를 기대한 것 같아 괜히 뿌듯합니다.
 
그림은 나름 평범한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었습니다. 에이스에게 요즘 가장 캐주얼한 옷을 추천받았어요. 그림은 난생 처음 인터넷으로 옷을 시켜보는, 아주 귀한 경험을 했습니다. 시킨 옷을 데이트 당일까지 꽁꽁 숨기고 있느라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 몰라요.
 
그런 그림과는 다르게, 그저 평범한 교복 차림인 유우입니다. 그야 당연하죠, 그림은 일정을 비워 두라고 했을 뿐, 정작 두 사람이 어디로 가는지 알려주지 않았으니까요! 그림은 유우의 차림을 보고 펄쩍 뛸 듯 놀랐습니다. 이 몸과 데이트를 가는 데 교복이라니?! 그리고 다급히 자신의 입을 막아요. 데이트? 유우의 더듬이가 쫑긋 흔들립니다. 그제야 그림은 이실직고해요. 두 사람이 사귄 지 벌써 여러 달이 지났는데, 둘 모두 바빠 한가롭게 데이트를 해 본 적이 얼마 없으니까요. 오늘 하루만큼은, 유우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 마음은 기특하지만……. 그럴 거면 진즉 좀 말해 주면 좀 좋았을까요. 결국 유우는 교복 차림으로, 그림은 사복 차림으로 버스에 올랐습니다.
 
두 사람은 추억이 가득한 해변을 거닐고, 시내를 가로지릅니다. 평일 한낮이라 그런지, 제법 사람이 많아요. 서로를 잃어버릴라, 손을 꼬옥 잡고 요리조리 인파를 재주껏 헤쳐 나가다 보면, 그림이 좋아하는 닭고기 꼬치를 파는 가게가 보입니다. 유우는 문득, 그림의 머리 위에서 쫑긋대며 닭꼬치 가게를 찾는 그림의 귀를 보고는 안테나 같다고 생각해 그만 쿡쿡 웃어 버려요. 그림은 무엇 때문에 웃느냐며 금세 뾰로통해졌지만, 닭꼬치 한 입을 먹곤 금세 행복한 얼굴로 돌아왔습니다. 정말 먹보라니까. 그림의 입가에 묻은 소스를 닦아 주며, 유우는 싱긋 웃어요.
 
그리고 두 사람이 함께 향한 곳은 옷가게입니다. 그림이 그동안 한 푼 두 푼 모아온 용돈으로, 유우에게 옷을 사 주고 싶었다고 해요. 유우는 진심으로 감동했습니다. 그간 먹는 것 밖에 모르고, 사고만 치던 그림이 언제 이렇게 커서는……. 그만 눈물이 찔끔, 나올 뻔 했어요.
 
두 사람은 즐겁게 옷을 고릅니다. 시원한 파도 일러스트가 프린팅 된 티셔츠, 푸른 바다색 의 볼캡, 두르고 있으면 시원해지는 스카프까지……. 이리저리 몸에 둘러보고, 써 보며 유우에 게 잘 어울릴 것을 찾아요. 그러다 발견한 티셔츠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흰 티셔츠에 짙은 파란색으로, 고양이 발바닥 자국이 쿡 찍혀 있는 티셔츠에요. 유우는 이게 마음에 든다며 덥 석 골랐지만, 그림은 그런 건 자신이 만들어 줄 수 있다며 영 맘에 들어 하지 않습니다. 이왕 자신이 사 주는 옷이니, 좀 더 멋있는 걸 샀으면 하는데 말이에요. 유우는 그 티셔츠를 꼭 끌어안고 놓아 주지 않습니다. 한참을 이어진 대치, 결국 승리 유우에게로 돌아갔습니다. 그제야 유우는 답답한 재킷과 와이셔츠를 벗고 시원한 티셔츠 차림을 할 수 있었어요.
 
1+1 행사를 한다기에 함께 산 푸른색 볼캡을 머리에 쓰곤, 만족스럽게 가게를 나오는 두 사람입니다. 유우는 햇볕에 눈이 따갑지 않아 좋다며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해요. 다만 그림은 볼캡이 영 불편한 지 이리 쓰고, 저리 쓰다 결국 손에 쥐고 흔들기 시작합니다. 고양이 귀가 눌리는 바람에 소리도 잘 안 들리고, 이러다 멍이 들 것 같다나요. 유우는 그런 그림에게, 기숙사에 돌아가면 모자에 구멍을 뚫어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두 사람은 푸른 하늘이 보랏빛으로 물들어 갈 때 즈음, 다시 버스에 오릅니다. 창 밖에서 넘실대는 바다는 어느 새 금빛으로 변해 있어요. 마치 비싼 귀금속을 녹여 푼 것 같은 풍경이 지만, 그림의 시야는 바다를 향해 있지 않습니다. 창을 열고 바닷바람을 맞고 있는 유우의 뒷 모습을 빤히 바라보아요. 해를 마주하고 있는 유우는, 금방이라도 저 수평선 너머로 빨려들어 갈 것 같습니다. 강한 빛이 그림의 눈을 강타해요. 그 바람에 그림은 한 순간, 검디검은 유우의 머리카락이 희게 물들었다고 착각합니다. 어쩌면 착각이 아니었을 지도 모르겠네요.
 
두 사람은 함께 손을 잡고 낡은 기숙사로 돌아옵니다. 시끌벅적한 사람들의 목소리, 시원하게 철썩대는 파도, 뜨겁지만 이제는 많이 선선해 진 햇살도 좋지만 역시 두 사람의 보금자리가 가장 마음에 들어요. 그림은 들어오자마자 소파에 누워 기분 좋게 미소 짓습니다. 손부터 씻으라는 유우의 잔소리마저 동요의 멜로디처럼 들려요. 어쨌건, 지금 유우는 그림의 곁에 있 다는 사실을 만끽하기로 다짐한 그림입니다.
 
데이트 후, 유우는 아주 만족했습니다. 설마하니 그림이 데이트를 준비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고 해요. 어쩐지 얼마 전부터 디럭스 샌드위치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일부러 식당의 추가 옵션도 먹지 않는다 싶었어요. 한 푼 두 푼 모은 결과를 자신이 홀랑 가져가도 되는 것인가 싶어 조금 고민했지만, 기꺼이 그림의 호의를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유우가 고양 이 발자국 도장이 찍힌 티셔츠를 고른 이유는 따로 있었어요. 그림이 혹여나 마수의 모습일 때, 실수로 자신의 티셔츠를 더럽혀도 대강 무늬처럼 어울리기 때문입니다. 유우의 오랜 경험에서 나온 합리적인 선택이었어요.
 
그림 또한 매우 만족했습니다. 유우가 아주 즐거운 하루였다고 몇 번이고 말해주었기 때문 이에요. 평소 자신을 돌보고 있는 유우에게 최고로 재미있는 하루를 선물해 주고 싶어서, 몇 달 동안 꼬박꼬박 용돈을 모았다고 해요. 그간 참은 디럭스 샌드위치며, 새우튀김을 얹은 파스타가 몇 그릇인가……. 그런 그림을 보며 에이스와 듀스가 놀라 그림을 업고 양호실에 뛰어 갔던 기억도 있습니다. 흥, 이 몸이 아무리 먹보라지만, 중요한 일이 있다면 파스타 한 그릇 정도는 양보할 수 있다구. 그림은 뿌듯하게 미소 지어요. 앞으로 함께 있는 시간동안, 유우의 미소를 더 많이 보고 싶다고 합니다.

납짝쿵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