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만의 일상: Wedding March

몽치(@mongchi_cmcm)님 타로 커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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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신혼 일상

 
그림과 유우는 결혼 이후, 주변이 알아 줄 정도로 돈독한 잉꼬 부부 생활을 보냈어요. 그림은 유우가 어딜 가던 꼭 따라붙었고, 유우는 그런 그림의 행동을 곤란해하면서도 결국 받아주곤 했습니다. 그런 둘의 신혼 생활은 사람이 별로 없는 시골에 소문이 쭉 난 나머지, 이따금씩 장을 보러 가면 상인들이 알아보고 간식거리를 쥐여 줄 정도가 되었어요. 두 사람은 마치 그림으로 그린 듯한, 동화 속 마지막 장면 같은 나날들을 하루하루 즐기고 있어요.

그림은 신혼 생활 이후 유독 유우에게 어리광이 늘었습니다. 이제는 온전히 그림의 유우가 되었는데도, 그림은 여전히 유우가 언제 자신을 떠날까 봐 불안해하고 있어요. 그 직접적인 이유는 결혼식 다음 날 밤 일어났던 일 때문일 것입니다. 보름달이 유독 밝았던 그 날, 공기가 더워 창을 잠깐 열어 두었거든요. 잠을 자던 그림은 위화감을 느꼈고, 눈을 떠 보니 자신의 곁에서 자고 있었던 유우가 사라져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림을 깜짝 놀라 집 곳곳을 뒤졌지만, 유우는 그 어느 곳에도 없었어요. 결국 다시 침실로 돌아오고 나서야 그림은 침대 위에 곤히 잠들어 있는 유우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림은 이를 유우에게 비밀로 하면서도, 그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매일 유우와 동행하고 있어요.
정작 유우는 단지 자다 일어나서 물 마시고, 돌아와서 잔 것 뿐인데 말이죠. 단순히 타이밍이 안 좋았던 건데 그림이 워낙 유우가 언제 사라질까 초조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유우가 진짜 사라진 줄 알았다고 합니다.

유우는 신혼 생활에 아주 만족합니다. 한적한 정원, 조금 서툴지만 잘 자라고 있는 텃밭의 토마토(그림은 맛없는 토마토 대신 딸기 같은 걸 키우자고 주장했으나 유우가 이겼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눈을 뜨면 따라서 부시시 일어나는 그림까지. 이렇게 한적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여유로운 일상을 즐기고 있어요. 사실 결혼 전에도 그림과 한 집에서 사는 건 익숙했으니, 낡은 기숙사에서 살던 때와 비교하면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릴 일도 없으니, 비로소 원더랜드에 정착해 일원이 되었다는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껴요.

두 사람은 가사분담을 정해두기보다는, 그 때 그 때 즉흥적으로 역할을 나누는 편입니다. 가위바위보 같은 간단한 게임으로 그 날의 설거지나 빨래 돌리기 담당을 정합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그림이 지는 경우가 더 많아 그림은 매번 볼을 부풀린다고 합니다. 그럴 때마다 그림은 유우가 무슨 꼼수를 썼는지 언젠간 꼭 밝혀내겠다고 다짐해요.
그런 그림에게 유우는 '그저 운이야~' 라고 둘러댈 뿐입니다. 물론 그림은 아직도 고양이 때의 버릇이 남아 있어 가위를 잘 내지 않는다는 것과, 처음에는 꼭 주먹을 낸다는 사실을 알려줄 순 없으니까요. 유우의 계속되는 운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방으로 들어가는 그림과, 그런 그림의 뒷모습을 보며 씨잇 웃음짓는 유우, 사랑하면 닮는다더니 장난기까지 닮아 가는 것 같습니다.

두 사람 모두 결혼 후에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없습니다. 간만에 만난 친구들조차 '너희는 결혼 전이나 후나 똑같다.' 고 이야기할 정도니까요. 하지만 오랜 시간 함께한 둘은 가끔 과거를 회상하며, 두 사람의 많은 부분이 달라졌음을 실감합니다.

그림은 장난기가 조금 줄었고, 애정 표현이 눈에 띄게 늘었어요. 유우가 아침에 늦게 일어난다 싶으면 갑자기 볼이나 어깨를 살짝 깨물고, 핥고, 일어날 때 까지 유우를 꼭 껴안고 놓아 주질 않습니다. 유우는 그런 그림의 애정 표현이 낯설지 않아요. 하지만 역시 볼이 축축해서 눈을 떠 보았더니, 눈 앞에 그림의 새파란 눈이 보이는 건 심장에 좋지 않습니다.

유우는 되레 장난기가 늘었습니다. 설거지하던 그림을 갑자기 뒤에서 껴안는가 하면, 그림이 샤워하고 있을 때 욕실 불을 갑자기 껐다 켜는 유치하고 사소한 장난에 맛이 든 모양이에요. 이 곳을 '집'이라고 생각함에 따라 안정감과 소속감을 얻었기에, 이런 것도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림은 그런 유우를 '어린애 같아졌다.'고 평가하며 투덜대곤 해요. 유우의 장난 대상은 오직 그림뿐이니까요. 그림은 그런 사실이 영 불만스러우면서도, 다른 사람이 모르는 천진한 유우의 면모를 자신 혼자 독차지할 수 있다는 생각에 내심 기쁩니다. 때문에 유우가 장난을 쳐도 역정을 내는 건 잠시뿐이라고 하네요.(이런 장난스러운 모습이 유우가 좀 더 여유를 갖게 된 결과라는 걸 그림도 알기에 어른스러웠던 이전의 유우보다, 장난기가 돌기 시작한 지금의 유우가 더 좋다고 해요.)

그렇게 맞이한 첫 번째 결혼기념일, 두 사람은 간만에 시내로 나와 한가롭게 데이트를 즐깁니다. 결혼 이후, 갖고 있는 돈이 얼마 없던 둘은 한적한 교외에서 집을 얻어 생활했거든요. 유우는 근처의 카페에서, 그림은 마법 연구의 사무 보조 일을 하며 착실하게 돈을 모아왔습니다. 오늘은 그 결과를 즐길 시간이예요. 두 사람은 언젠가 유우가 가고 싶다고 했던 식당과 카페를 방문하고, 길을 걷다 눈에 띤 쇼트 케이크 집에 들어가 야무지게 디저트도 해치웁니다. 유우는 예전과 다름없는 먹성을 지닌 그림을 보며,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는 사실에 짧게 웃어요. 그리곤 그림의 입가에 묻어 있는 크림을 닦아 줍니다. 일을 할 땐 그렇게 다른 사람 같은데도, 유우의 앞에선 변함없이 어린애 같아요.

두 사람이 교외에 정착한 이유는 또 있습니다. 그림은 이제까지 한 번도 발견되지 않았던, 인간형으로 변신이 가능한 마수, 그리고 유우는 그레이트 세븐조차 모르던 이세계인. 이 세상 누구보다 특별한 그들은 정체가 밝혀지면 금방 주목받을 게 분명해요. 유우와 그림은 그러기보다 두 사람의 시간을 오롯이 즐기고 싶었습니다. 혹여나 잘못되면 어느 연구단체 같은 곳에 잡혀가,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때문에 그림의 강력한 주장으로, 둘은 시내에서 차를 타고 두 시간이나 들어가야 하는 마을에 집을 얻게 된 거예요.

하지만 시골에서 생활하는 내내, 유우는 아쉬운 마음이 컸습니다. 시내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들을 자주 만나지 못할 뿐더러, 일 관련으로 그림이 한 번 시내에 나갔다 하면 저녁 늦게나 들어오는 게 영 신경이 쓰였거든요. 그림의 말마따나 두 사람의 입지는 특별하고, 언제 어떤 위험이 덮칠 지 모릅니다. 그런 생각은 유우 또한 갖고 있었기에, 해가 저물었는데도 그림이 돌아오지 않으면 유우 또한 마음을 놓을 수 없었어요.

그런 유우의 마음을 알았던 걸까요. 저녁으로 맛있는 스테이크를 먹은 두 사람은, 그림의 안내를 받고 한 이층 주택으로 향합니다. 조금 낡았지만 시내와 가깝고, 무엇보다 유우가 좋아하는 뒷마당도 제법 크게 조성되어 있어요. 그림은 유우의 손을 잡고 집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갑니다. 유우는 주인이 있는 집이면 어쩌냐고 안절부절 못했어요. 그런 유우에게, 그림이 자신 있게 이야기합니다. 일 년간 자신이 돈을 꼬박꼬박 모아, 이 집을 유우에게 선물해주고 싶었으며, 그 실행일이 바로 오늘이라고요. 갑작스러운 고백에 놀란 유우와, 그런 유우의 앞에 한 쪽 무릎을 꿇은 채로 유우를 올려다보는 그림입니다.
유우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으니 이번만큼은 그림도 용기를 내어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물론 특별하디 특별한 두 사람이지만, 주변인들에게 인정받을 만큼 평범하고 단란한 신혼 부부가 되었으니 더 이상 크게 걱정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요.
물론 아직 계약이니 문서니 하는 복잡한 일들을 처리하기까지는 시간이 남았지만, 이대로라면 몇 달 후에 두 사람은 시내로 이사 올 수 있을 것입니다. 유우는 마냥 어린아이로만 보았던 그림이 언제 이렇게 자랐는지, 감개가 무량해 그림을 꼬옥 안아 주었어요.
마치 프로포즈를 할 때 처럼 진지한 그림의 얼굴에 유우는 눈물짓다가도 웃음을 터뜨려 버리는, 아이러니한 반응을 보였지만 마음만큼은 단 한 가지, 기쁨으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밝은 달빛 아래에서 서로를 포옹하며, 앞으로도 즐거운 결혼 생활을 해나갈 것을 약속했다네요.

두 사람은 워낙 오랜 시간을 함께 해 온 덕에 생활 습관이 비슷해졌어요.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두 사람이 뭘 원하는 지, 어떤 샴푸 향을 좋아하고 어떤 바디워시를 싫어하는지도 다 압니다. 때문에 결혼에 대한 두려움도 별로 없었다고 해요. 또한 무언가를 하고자 하면 고민 없이 바로 실행하는 것도, 두 사람이 유독 잘 맞는다는 증거입니다. 그 뛰어난 행동력 덕에 낯선 세계에서도 두 사람은 큰 어려움 없이 가정을 이룰 수 있었어요.

동일한 이유로 맞지 않는 점은 거의 없지만... 굳이 하나 꼽자면, 입맛이나 음식 취향이라고 합니다. 채소보다 고기를 좋아하는 그림 덕에 매달 식비가 장난 아니게 나오거든요. 이제 인간의 모습으로 쭉 살아가야 하니 건강도 챙겨야 하는데, 그림은 풀 냄새나는 건 싫다고 투덜대기 바쁩니다. 얼씨구, 옛날에는 풀도 잘 뜯어먹었으면서. 역시 반찬 투정은 삼 일정도 굶기면 낫는다고 하지만, 그러려다가도 그림의 배고프다는 시무룩한 표정 한 번이면 대번에 마음이 풀어져 버리는 유우입니다. 이거야 원, 그림의 다이어트는 다음 생에서나 시도해야겠어요.

추가질문

Q. 둘이 제대로 부부싸움을 한 적이 있을까요?
A. 싸울 일이 별로 없긴 하지만 굳이 꼽자면 그림이 왜 이렇게 자신에게 붙으려는지 몰랐던 유우가 그림에게 화를 낸 적이 있다고 해요. 그림이 일을 시작하고 얼마 있지 않아, 유우도 카페에서 일을 하겠다고 이야기했던 날의 일입니다. 그림은 드물에 유우의 일에 반대 의견을 표명했어요. 당황하는 유우와, 유우가 자신의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만큼은 절대 허락할 수 없었던 그림은 난생 처음 의견을 팽팽하게 대립하며 다퉜습니다. 그 과정에서 화를 내던 그림의 불똥이 커튼에 튀어, 하마터면 집이 홀랑 타 버릴 뻔 했다고 해요. 결국 그림이 '유우는 내 마음을 몰라!' 라고 하며 침실 문을 쾅 닫고 들어갔고, 그렇게 상황은 일단락 되었다고 합니다.
나중에 차분하게 대화를 한 후에 두 사람은 겨우 화해할 수 있었지만... 유우는 그 때만큼 화난 그림을 본 적 없었다고 해요.

Q. 새로운 집에 이사가게 된 후 친구들을 만나게 될까요?
A. 네! 시내라서 오기도 편하니까요. 정말 우르르 몰려와 두 사람의 새 집을 축하해 줍니다. 다른 나라에 있어 오지 못 하는 친구들은 영상 통화로 간접적으로나마 참여하지만, 다음에는 꼭 직접 오겠다며 의지를 불태워요. 새 집은 그림과 유우에게도, 친구들에게도 마음에 쏙 들었다고 해요.

모카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