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롱님 글 커미션

[ White Summer with Grim & Yu ]

저주받은 백작 영애에 대한 소문은 이미 살롱이나 여느 티파티를 넘어 제국의 길거리까지 파다했다. 무료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이처럼 구미가 당기는 가십이 어디에 있겠는가. 사람들은 이야깃거리가 조금이라도 떨어지는 듯싶으면 습관적으로 백작 영애를 혀 위에 올렸다. 그야말로 디저트로 올라온 조각 케이크요, 도마 위에 올라간 생선이었다. 신분적인 위치 때문에 공개적인 자리에선 쉬쉬하는 모양이 있기야 했지만, 사람의 입을 어찌 막을 수 있을까. 공적인 눈이 없다 하면 사람들은 쉽사리 목소리를 낮춘 채 그녀의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소문이 퍼지면 퍼질수록 사람들의 백작 영애를 향한 관심은 올라만 갔다. 그녀의 외양, 그녀가 오늘 입은 옷, 그녀가 액세서리 샵에서 구매한 장식들, 그녀의 지적 수준을 넘어 심지어 그녀의 일상까지도 사람들은 궁금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도는 소문들은 하나같이 허황한 단어로 이루어졌을 뿐, 실제적인 정보는 일절 없었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백작 영애를 직접 본 사람이 없었다. 때문에 혹자는 그녀가 순백의 머리카락에 사람을 홀리는 루비색 눈을 가지고 있다 들떠 이야기하였고, 또 혹자는 그녀의 드레스와 액세서리가 하나같이 고급 보석과 세공으로 이루어졌다며 이야기하였으며, 다른 혹자는 그녀가 병자라 말했다. 팔다리가 마르고 얼굴에 커다란 흉이 있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말하는 이들 일체가 그녀의 이름조차 알고 있지 않았다. 사람들이 정녕 알고 있는 사실은 그녀가 ‘저주받았다는’ 사실 뿐. 아무도 그녀를 목격한 적 없으며, 아무도 그녀를 알지 못한다. 그러니, 아무도 짐작할 수 없었다. 바로 그것이 그녀의 ‘저주’라는 사실을.
유우는 오늘도 짙은 검은색 천으로 머리를 뒤집어쓴 채, 조심조심 저택을 나왔다. 안 그래도 제 소문이 무성한데, 눈에 띄어봤자 좋을 일은 하나 없었다. 목격해보았자 내일이면 잊히기야 하겠지만, 그럼에도 부정적인 일은 조금이라도 조심하는 편이 좋았다. 조심스런 성정과 소란스런 환경이 한데 섞여 결국 영애의 행동 범위는 저택과 뒤뜰이 다였다. 뒤뜰에 존재하는 작은 오솔길도 그녀는 ‘뒤뜰’이라 불렀으므로, 백작가에선 당연히 그리 생각했다. 가족에게 알리지 못하는 사실이 생겼다는 사실은 그녀를 다소 괴롭게 만들었지만, ‘비밀 공간’이라는 단어가 주는 매력에서 벗어날 정도는 못 되었다.
꽃과 자연을 사랑하는 백작가가 공들여 꾸며놓은 뒤뜰은 앞마당에 비하면 작았지만, 알록달록하고 귀한 꽃들이 모여 있어 아기자기한 면이 있었다. 발을 들이면 바람에 실려 오는 꽃내음과, 청명한 햇살 아래 눈부시게 빛나는 색의 조화가 일품이었다. 빛이 내리쬠에도 불구하고 그곳은 항상 흐린 색으로 채워져 있는 채였다. 뒤뜰에서 또렷한 색을 가지고 있는 이는 영애, 유우 하나뿐이었다. 그것이 그녀를 두드러지게 만들지는 못하였지만. 뒤뜰에는 또한 작은 동상이 하나 존재하였는데, 주변의 나뭇가지를 조금 걷으면 비로소 비좁은 숲길이 드러났다. 채 정리되지 못한 그곳은 길이라고 부르기도 힘들었지만, 그렇기에 더욱 신비로움을 자아냈다. 마치 다른 세계로 가는 입구 같다고, 유우는 길에 오를 때마다 생각했다.
몇 분을 걸었을까. 가장 낮은 나무가 드리우는 풀잎을 허리 숙여 걷어내고 나면, 쨍한 햇살과 함께 드넓은 호수가 시야에 들어찼다. 그것은 바다가 아님에 물 냄새가 나지 않았지만, 호수답지 않게 투명한 색채를 자랑했다. 수면 아래에서 노니는 물고기들도 금방 볼 수 있거니와, 거울 마냥 자신의 얼굴을 비추기도 하였다. 때문에 그곳은 낮이면 내내 하늘을 담아 파랬다. 유우는 호수 근처에 다가간 이후에야 머리에 쓰고 있던 천을 내렸다. 시원한 공기가 한 차례 목덜미를 스침과 동시에 기다란 머리가 단숨에 아래로 흘러나왔다. 호수에 비친 새하얀 얼굴은 분명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치마를 걷은 채 유우는 커다란 돌 위에 앉아 유우는 조심스레 두 발을 호수에 집어넣었다. 발끝에서 올라오는 한기가 한껏 데워진 몸을 식히는 기분이었다. 가볍게 친 발장구에 수면이 물방울로 변모하여 하나의 하늘을 담아냈다. 그녀는 웃음을 터뜨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순간, 호수 수면에서 이는 파문에 유우는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누군가 있었나? 어깨 단단히 굳자, 저도 모르게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 도망을 쳐야 하나 싶기야 하였으나, 몸이 움직이지 않는 통에 유우는 호수의 중앙을 멀거니 바라보기만 하였다. 다행인지, 불운인지, 호수에 등장한 존재는 자그마한 검은색 고양이였다. 그는 놀랍게도, 호수 위에 네 다리를 세운 채 서 있었다.

“고, 고양이가!”
“어이, 실례야!”

유우가 저도 모르게 검지 손가락을 펴 고양이를 가리키자, 그는 불만인 듯 크게 소리를 내었다. 말소리를, 내고야 만 것이다. 유우는 더욱이 눈이 동그래졌다. 호수를 걷는 고양이가 말도 하잖아? 불순한 속마음을 알아차렸는지, 숨을 한 번 내뱉은 고양이는 꼬리를 바짝 세운 채 다시금 말했다.

“고양이가 아니라 그림이다. 위대한 그림- 님이라 부르도록!”
“그림··· 님?”

존칭을 부르기엔 조그맣고 다소 귀여운 면이 있었지만, 유우는 놀란 마음에 그저 고개를 주억일 뿐이었다. 그러자, 고양이는 만족스러운 듯 꼬리 끝을 말아 살랑였다. 그제야 유우는 제대로 그 형체를 살펴볼 수 있었다. 새카만 고양이는 푸른 눈을 가지고 있었는데, 목에 새하얀 리본을 매고 있는 것을 보아 길고양이는 아닌 듯싶었다. 애초에, 말을 하는 것부터 고양이라고 부를 순 없었지만. 다만, 이상한 기시감이 드는 것은 확실히 이상하기야 했다.

“옳지. 그렇게 부른 김에, 소녀여, 내가 소원 하나 들어주마. 뭐든 얘기해봐!”
“내 이름은 유우야.”
“그래, 유우유우. 소원이 없어?”
“아, 아니! 하지만··· 이건 아무도 못 들어주니까.”

투명한 호수 위에 하나의 인기척도 없이 앉아 사람 말을, 그것도 부드러운 미성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확실히 평범과는 멀지 모르겠지만, 유우의 사정은 그보다 훨씬 깊고 집요하였으니 쉽사리 털어놓을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지금껏 다수의 마법사와 신관을 찾아갔지만, 모두 다음 날이면 그녀를 잊었다. 그 어떤 현자라도 그녀의 문제는 결국 해결하지 못하였다. 사람을 찾던 그 시절을 회상하니 절로 고개가 고꾸라졌다. 그때, 불시에 무릎 위에 온기가 닿았다. 호수를 담은, 어쩌면 그보다 깊은 파란 눈동자가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건 곤란해, 유우. 날 낮춰 보는 건 유우라도 못 참아.”

걸리는 표현이 있었으나, 목소리에 깃든 묵직한 힘에 유우는 놀라 얼른 입을 열고 말았다.

“널 낮춰본 건 아니었어, 음, 위대한 그림 님. 난 그저, 꺼내기 힘든 사정이라.”

입술 오물거리던 그녀는 한 호흡 후 겨우내 다시금 말을 이었다.

“저주를 받았거든.”
“어떤?”
“하루가 지나면 사람들에게서 잊히는 저주.”

기어코 뱉었을 때, 유우는 이상하게도 후련하다는 생각이 일순 들었다. 그동안 이 문제 때문에 저택 바깥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사람도 만나지 못하여 얼마나 갑갑하였는가. 심지어 그녀는 오늘이 꿈이어도 좋다고 할 수 있을 만큼, 그저 기뻤다. 게다가, 어차피 말을 하여도 오늘이 지나면 고양이도 제 이야기를 모두 잊을 테였다. 그렇게 생각하면 기이한 현상도, 놀랐던 순간도 모두 아름답게 화했다. 문제는 없었다.

“어려운 문제네.”
“응, 나도 알아.”
“하지만 못 풀 정도는 아니야.”
“뭐라고?”

고양이는 푸른 귀를 쫑긋대더니, 짧게 소리 내 웃었다. 그대로 굳어버린 유우의 얼굴이 제법 마음에 들었는지. 그는 이어 발로 그녀의 허벅지를 툭툭 두드리다, 뒤로 한 바퀴를 돌아 다시금 호수로 돌아갔다. 서 있던 그대로, 착지 동작에서도 물방울 하나 튀지 않았다.

“네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얘기야, 운 좋은 소녀.”
“내 이름은 유우라니까.”
“그래 유우유우. 내일 보자구.”

믿을 수 없는 말을 끝으로, 고양이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어디론가 달려간 것도, 공중으로 떠오른 것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자취를 감추었다. 유우는 멍한 눈으로 그가 존재하던 곳을 바라보다, 갑자기 몸이 식어버리는 느낌이 들어 물에서 발을 쑥 빼냈다. 물기를 닦아내고 다시금 호수를 보니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저 멀리서 제 이름이 들려오는 것만 같아, 그녀는 옷자락을 빠르게 정리하고 도망치 듯 왔던 길로 달려 나갔다. 이곳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을 한여름 밤의 꿈이라 치부한 채.
꿈은 지속될 것이었다. 시끄럽게 저택을 깨운 사건만 아니었다면. 아침부터 백작가는 예기치 못한 손님의 방문으로 떠들썩했다. 심지어, 그가 하나뿐인 백작가의 영애를 찾고 있다는 이야기에 더욱 소란했다. 이제 막 일어난 딸을 겨우 하녀들에게 맡기고 응접실을 정돈한 백작은 한숨과 함께 손님이 들어앉은 방문을 빤히 바라보았다. 천년에 나올까 말까 한다는 세기의 천재, 벌써부터 영웅으로 추앙받으나 성격 탓에 두문불출한다는 마탑주가 무슨 이유로 저희 저택을 방문하여 딸을 찾는지 도저히 알기 어려웠다. 때문에, 백작은 결국 헐레벌떡 달려오는 유우를 걱정스런 시선으로 배웅하는 수밖에 없었다.
거대한 문이 열리자, 빛이 들이침과 함께 근사한 망토를 입은 검은색 머리의 사내가 보였다. 둥그런 모양의 머리카락과 하늘을 담은 듯, 호수를 담은 듯 새파란 눈동자, 그리고 목에 맨 새하얀 리본. 유우는 앉지도 못한 채, 입을 가린 모양으로 멀끔한 사내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실례임을 알고 있었으나,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저 모양은 꿈으로 치부하고자 마음먹었던 어제의 고양이와 똑 닮지 않았나.
반응이 없자 케이프 뒤로 흩날리며, 사내 쪽이 성큼성큼 유우에게로 걸어왔다. 그는 이내, 퍽 신사적으로 그녀의 손을 들어 올리고는 손등에 가벼이 입 맞췄다. 보다 가까운 곳에서 그의 입매가 호선을 그렸다.

“안녕, 유우. 약속대로 찾아왔어.”

호흡 삼키는 소리가 짧게 응접실을 머물렀다. 누군가는 비명을 꾹 눌렀으며, 누군가는 화창한 웃음을 억눌렀다. 소원이 담긴 꿈은 계속 이어져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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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타로(@linda_Tarot) 커미션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 소나기를 맞이한 그림과 유우

-우선 그림이 우산을 가져오지 않았을 때를 살펴볼게요.

그림이 우산을 안 가져왔다면 당연히 실수였을 것 같아요. 원래도 꼼꼼하지 않은 성격이라 유우가 먼저 챙겨주지 않으면 두고 다닐 때가 잦았기에 이상한 일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비가 오기 시작하면 그림도 깜짝 놀라면서 어쩔 줄 모르고 주변을 배회하는 정도였을 것 같아요. 전날까지 일기 예보를 봤어도 또 놓고 왔다는 사실에 귀여운 자책을 하는 느낌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유우는 그런 그림을 보면서 사실 주변 사람한테 부탁하면 우산 하나 정도야 더 빌릴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유우도 그림과 단둘이 우산을 쓰고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 정도는 당연히 있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일부러 그림한테 이대로 비 맞고 돌아갈 수는 없으니까 같이 가자고 얘기해줬을 것 같아요. 그림을 속이는 기분이 들어서 미안하기도 하겠지만, 그림이 젖지 않도록 배려해주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요.

-이렇게 한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동안 비는 얼마나 올지, 두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할지 리딩해보도록 할게요.

유우와 그림이 나올 때까지만 해도 세차게 내리지 않았던 비가 조금 걷다 보면 장대비 같은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할 것 같아요. 그래서 유우도 그림과 함께 우산을 쓰고 집에 돌아가는 가벼운 정도만 생각했을 것 같은데 그때부터 미안해지기 시작했을 것 같아요. 이렇게 많이 오면 아무리 우산을 그림 쪽으로 기울여주려고 해도 그림이 자연스럽게 자기한테 우산을 기울여줘서 비를 맞는 걸 싫어하는데도 맞으면서 가고 있다는 걸 알 것 같거든요. 그래서 결국 비가 그칠 때까지 근처 카페에 들를 것 같네요. 유우가 답지 않게 축 처져 있으면 그림은 왜 그런지는 몰라도 비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일부러 즐거운 얘기를 많이 해주려고 할 것 같아요. 괜히 장난을 치기도 하고 재밌는 얘기를 하다 보면 유우도 결국 그림 말에 웃으면서 즐겁게 대화를 하게 될 것 같고요. 그 이후 비가 잦아들면 유우와 그림은 다시 함께 집으로 돌아갈 것 같아요.

-각자 집으로 돌아온 이후 각자 어떤 생각을 할지도 리딩해볼게요.

먼저 유우는 그래도 그림한테 미안하다는 생각은 할 것 같아요. 유우도 착한 사람이라 남을 속여본 적이 거의 없을 것 같으니까요. 자기가 빌려오지 않아서 그림이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나 싶어서 걱정할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일부러 그림이 좋아하는 걸 챙겨주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물론 그 걱정과는 반대로 그림은 집으로 돌아와서 우산을 가져오지 않아서 유우와 같이 우산을 쓰고 돌아갈 수도 있었고 중간에 같이 놀 수 있었던 시간도 있어서 좋다고 생각할 것 같거든요. 비를 맞는 건 당연히 싫었겠지만, 그게 생각이 안 날 정도로 신난 상태일 것 같은 느낌이네요. 다음에도 이렇게 같이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할 정도로요.

-그 다음으로는 유우가 우산을 두고 왔을 때 상황을 리딩해보도록 할게요.

유우가 우산을 두고 온 건 사실 그림의 장난도 조금 섞여 있을 것 같아요. 아마 그림이 우산을 두고 온 다음의 상황과 이어지는 느낌일 것 같거든요. 위의 리딩 상황에서 며칠 지나지 않아서 또 일기 예보에 비 소식이 있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사실 유우는 우산을 챙겨왔을 것 같은데 그림이 장난으로 몰래 숨겼을 것 같은 느낌이거든요(유우 물건이니 당연히 버리진 않고 자기 가방 같은 곳에 숨겨뒀을 것 같아요). 그래서 유우는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분명 챙겨온 것 같은데 없어졌다니? 같은 느낌으로 당황스럽게 찾아볼 것 같거든요. 그리고 그림은 그 모습을 보면서 괜히 유우한테 장난스럽게 다가가서 어쩔 수 없으니까 자기 우산을 같이 쓰고 가자고 당당하게 말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자기가 속이고 있는 거니까 눈치 보는 티가 유우도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나겠지만, 유우도 자기도 속인 적도 있고 그런 그림이 귀여우니까 고맙다는 말로 넘어갈 것 같아요.

-그리고 여기에서도 비는 얼마나 내릴지나 우산을 쓰고 같이 돌아가는 유우와 그림이 어떤 행동을 할지 리딩해보도록 할게요.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라고 해야 할지 빗줄기가 굵은 느낌은 아닐 것 같아요. 그래서 그림도 비를 맞는 걸 좋아하지 않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비가 가는 도중에 그치면 이렇게 가까이 붙어서 걷지 못할 테니 아쉽다는 마음도 조금 있을 것 같아요. 유우는 이번엔 그림을 젖게 하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좀 더 클 것 같고요. 하지만 그림도 이렇게 돌아가는 동안 아쉽다는 생각만 하고 싶지는 않아서 카페에서 같이 얘기를 했을 때처럼 쉬지 않고 얘기를 했을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어깨를 끌어당겨서 가까이 붙으려는 티도 좀 낼 것 같고요. 유우는 그래도 밖이니까 너무 붙으면 주변 눈치도 보겠지만, 그림이 떨어지려고 하지 않으면 싫지 않으니 옆에 좀 더 붙어주는 느낌이 될 것 같아요. 그래도 다행인 건 비는 집에 갈 때까지 빗줄기가 얇아지긴 하지만 그치진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함께 우산을 쓰고 돌아갈 수 있었을 것 같네요.

-그럼 각자 집으로 돌아온 두 사람의 상황이나 감정을 리딩해보도록 할게요.

그림은 나름 성공적인 데이트 같았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같이 젖은 모습을 보면서 괜히 장난스럽게 얼굴에 입을 맞추기도 하고 어리광을 부릴 수도 있을 것 같으니까요. 그리고 집까지 도착하면 사실 같이 가고 싶어서 우산을 숨겼었다고 실토하면서 유우의 우산을 돌려줄 것 같아요. 그리고 유우는 그 모습을 보면서 모르는 척 해주려고 했는데 말해주기까지 하는 그림이 귀엽고 좋아서 괜찮다고 넘어가 줄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저번에 자기도 같이 가고 싶어서 그랬던 적이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놔 준다면 그림이 눈에 띄게 좋아할 것도 같아요.